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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등정기(白頭山登頂記)
  • 이상욱 사회부 기자
  • 등록 2023-07-04 17:02:24
  • 수정 2023-08-09 22: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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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 천지

백두산 등정기(白頭山登頂記)


그 하늘 아래 우뚝한 봉우리 원형을 이루어 시립하고 서있다.

그 안에 솓구치는 용천수, 깊이를 알수 없는 지맥을 뚫기를 장구한 세월이다.


천지(天池)다.

산을 형성한 준봉들에 둘러 쌓여 커다란 칼데라 호수를 이루고 있는 바로 백두산의 대택(大澤)이다.

산과 못에 대한 부연 설명은 의미가 없다.


7월 1일 중국 길림성 연길시의 호텔에서 출발한 시간은 5시30분,

하지를 넘긴 여름의 아침 해는 급하기도 하다.

한국과 한 시간의 시차를 둔 중국의 아침은 4시부터 훤하게 밝아 있었다.

제법 선선한 아침 공기를 뚫고 백두산을 향했다.


사실 30여년 전쯤, 한중 수교가 시작되고, 여행이 자유화 되었을 초기에 연변에 온 적이 있어서,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의 ''도문''시와 북한의 ''남양''시가 마주 보고 있던 철교에 와 본 적이 있었다.


그 겨울날, 두만강 건너엔 모닥불 피워 놓고 소총을 나무 가지에 걸어둔 체, 곁불 쬐며 앉아있던 북한 병사 서너 명과 돌맹이로 얼음을 깨고 강물을 길어 물지게 지고 가던 아낙의 모습, 빨갛게 속살 드러낸 북녘의 산들 풍경ㅡ

그리고 그날 중국 쪽 세관 주변에서 만났던 북한 주민과의 대화ㅡ

그런 상념들이, 이 길을 다시 가며 떠오른다ㅡ

질퍽이는 비 포장도로를 렌트한 승용차에 심하게 흔들리며 전날 밤의 숙취를 달래던 그 길이 지금 곧게 뻗어 잘 포장된 이 길이었을까? 싶은 것이다.


천지의 물이 흘러넘쳐 강을 이루는 초입에 이도(二道)라는  제법 큰 고을이 있는데, 역시 조선족 자치 주인 길림성의 안도현에 속한다.

현을 가로 지르는 강물이 이도백하(二道白河)이다.

백두산의 화산 추체 두번째 골짜기를 흘러내려 ''이도''라고 하고 물의 흐름이 빨라 흰 물보라를 일으킨다 해서 ''백하'' 이다.

강의 이름이 무척 사랑스럽다. 

서파를 향해 버스가 길을 잡았다.


가는 도중에 매표를 하고 여러 번 차를 바꿔 타면서 드디어 서파(서쪽 언덕)의 오름이 시작되는 지점에 버스가 도착했다. 

도착 시간은 10시 경 애초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더 소요 되었다.


차에서 내리자, 강한 바람이 가슴을 밀친다. 

귓불이 아릴만치 차갑게 덤벼든다.

이제 우리는 1천 4백 여 계단을 밟고 올라야 한다ㅡ

가끔 숨이 가쁘기도 하다.

이마며 목덜미에 땀이 베어 나오지만, 대수로울 일이 아니다.


가쁜 숨을 가눌 즈음 마침내 정상이다.

아! 아!

눈앞에 보이는 저 물은 물이 아니다 민족의 심연, 그 깊은 간절함의 염원이 녹아 녹아ㅡ 한덩어리 거대한 심성을 이룬 결정체의 집합 일레라ㅡ


가슴을 치미는 이것은 무엇이더냐?

울컥이는 이것은 감격이던가? 서러움이던가?

이도 저도 아닌 한낱 나그네의 감상일 뿐인가?


짙은 코발트. 하늘의 색깔을 받아 안은 호수의 물 빛,ㅡ

그것을 그대로 이어 닮은 환웅의 자손, 단군의 후예들이, 이곳에서 시작하여 하늘 아래를 모두 덮고. 자자손손 만세를 이어 가리라.


오늘은 우리 둘 서로 떨어져 서러운 세월을 눈물겹게 산다만은 내일은 우리 둘 손 마주 잡고, 어여 어여 어여삐, 울며불며 살 부비고 살고 지고ㅡ


문득 바람 한 줄 일어 창공을 바라보니 검푸른 구름 일순에 휘몰려 달려온다.

후두둑, 빗방울 흩뿌린다.

천변 만화라ㅡ

도무지 종잡지 못할 천지의 조화로움이다.


통일된 내 땅에서 내 땅을 밟고 오르고 싶었다.

비록 오늘은 빼았긴 그 땅을밟아 민족의 영산에 올랐다 만은, 내일 통일이 되면 다시 한번 오르리라 ㅡ

내 땅에서 내 멋에 겨우며 꼭 다시 한번 오르리라ㅡ


몇 번을 뒤돌아보고 합장하며 천지와 작별했다.

기도 빨이 최고로 영험하다는 백두산의 천지를 보며 내가 빌은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여러분이 모두 염원하는 것이 나의 기도였기를 소망 한다.


백두산은 신령하다.

천지는 민족의 염원이 응축된 결정체의 용솟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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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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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3-07-05 00:31:06

    꼭 통일이 되어 천지에 다시 오르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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