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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凌霄花)를 아시나요?
  • 이상욱 사회부 기자
  • 등록 2023-07-07 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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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을 능가하는 꽃

능소화(凌霄花)를 아시나요?

 

 하늘을 능가하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슬픈 전설이 전해오는 꽃입니다.


능소화(凌霄花)!

어느 때의 왕궁에 재주 많고 아리따운 궁녀 소화가 살고 있었지요. 

소화를 어여삐 본 임금님은 그녀를 사랑하여 빈으로 맞아 들여,

 소화는 후궁으로 처소를 옮겨가게 되었답니다.


임금님은 소화를 사랑하여 늘상 곁에 두고 

어여삐 여기더니 문득 그녀를 찾는 날이 뜸해지다가

 어느 날 부터인가 발길을 끊었답니다.

임금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소화를 시기한 

다른 후궁들의 모함이 임금님의 발길을 끊게 한 것이죠.


궁궐의 깊은 처소에 홀로 남은 소화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임금님을 그리다가 

그만 병이 들어 죽게 되었답니다.


소화는 죽어가면서 “궁궐의 담장 아래에 나를 묻어 달라.”고 했다지요?

이듬 해 봄에 무덤에서 새싹이 돋고 넝쿨이 담장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여름이 되어 한창 더위가 시작될 무렵 담장 위에는

 곱고 화려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임금님이 거니는 궁궐의 마당을 들여다봅니다.

담장 가를 걷던 임금님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처음 보는 그 꽃무리를 어루만집니다. 

“생전 처음 보는 꽃이로다. 이 꽃의 이름이 무엇이더냐?”

주변에 시립하고 있던 그 누구도 대답할 리 만무하여 황망합니다.


이때, 소화의 시중을 들던 궁녀가 한 발 나아가 엎드려 울며 말했습니다.

“빈, 소화가 죽기 직전에 그곳에 묻어 달라하기에 그리하였더니 

그 자리에 지금 꽃이 피어 임금님을 뵈옵나 봅니다.”

임금이 먼 하늘을 바라보다 꽃을 쓰다듬으며, 

“소화라! 하늘을 이긴 아름다움이구나.”

다시 탄식하여 이르기를, “능소화라 이름 하여라 …

임금의 옥음이 그치자 꽃들이 후드득 떨어집니다. 


짙은 주황색 속살 깊이 황금의 화심이 박혀 있는 꽃, 

임금의 용안을 뵙고 손길의 어여쁨을 받는 순간 이름까지 얻었으니 

그 것으로 소천을 이룬 것일까요?

요염함과 화려함 위에 기품 넘치는 능소화는 

시들기 전에 꽃송이 째 뚝뚝 떨어져 내립니다.

서럽지만 부끄럽지 않으려는 소화의 마음과 닮았습니다.

 

 능소화의 고향은 중국의 장쑤성으로 난징과 쉬조우 등 대도시가 있고, 

중국의 동부, 우리나라 제주도의 서남쪽에 위치합니다.

그런 탓인지 꽃을 볼 때마다 열대의 이국적 향수를 느끼기도 하는데 

추위에 약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부 지방에서 길렀으나, 

요즘은 수도권 등 중부 지방에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기후 탓에 20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서울 등 중부 지방에서는 

매우 보기 힘든 꽃이었다고 합니다.


더러, 조선 시대에 문무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님이 하사하여 

복두 뒤에 꽂게 했던 어사화를 능소화와 혼돈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사화는 종이로 만든 꽃으로 나중에 꽃 봉숭아 나무를 일컬어

 어사화와 닮았다고 해서 “어사화 나무”라고 칭했다고 합니다.

 

 7월이 시작되면서 집 마당의 포도와 사과나무 등이 대견하게 열매를 맺었습니다.

봉지를 씌우고 돌아서니 돌담장 아래 심어둔 능소화가 눈부십니다.

모처럼 비도 그치고 건듯 한 바람조차 흩어 지나갑니다.

눈부신 하늘 아래 더 할 것 없이 고운 꽃 …

그것 하나만으로도 절로 미소 짖게 하는 요염함.


원래 전해져 오던 전설에 내 상상을 조금 덧입혀 이야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추운 동네에 살다가 철이 들어 타관 객지에서 처음 능소화를 봤을 때 

빠져들었던 그 감정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숲속에서 바람 스치는 소리가 열린 창을 기웃거립니다.

돌담 아래 흔들리는 능소화는 여전히 나를 부릅니다.

지금 한 번 어루만져 줄까나?, 소화야, 능소화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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