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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국보훈의 달 특집 글
  • 이상욱 정치부 기자
  • 등록 2023-06-21 08:16:18
  • 수정 2023-06-21 08: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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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타연 가는 길

     

            <두타연 가는 길>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여기 꽃 같은 청춘들이 숨져 누운 골짜기 있어.

머ㅡ언 하늘녘, 어머니의 미소가 구름으로 피어 오르고, 

옥이였을까? 분이 였던가, 사랑을 맹세했던 연인의 목소리 실바람으로 이마를 쓰다듬는다.

차마, 감기지 않는 눈을 들어, 저만치 님을 쫒아 달려간 거기에, 그리움이 파랗게 번져나는 하늘녘이다.


 양구는 6.25의 격전지이다.

전사에 기록된 전투만 추려 뽑아도 아홉번이다.

크리스마스 전투, 피의능선, 펀치볼, 백석산, 도솔산, 단장의능선, 가칠봉, 대우산, 949전투 등이 그 이름들이다.

대개의 전투는, 국군과, 분한군의 교전이었으나 더러, 미국, 네덜란드군 등 UN군과, 중공군이 가세하여 전투를 펼치기도 하였다.


 6월 17일, 육군 제21보병사단의 경계구역 안에 있는 DMZ내의 두타연 계곡을 방문했다.

사전예약과 신원확인 등의 절차 후, ''금강산 가는 길''안내소에 집결한 우리는 안내인에게 주의사항과 탐방요령 등을 듣고, 인솔차량을 앞세우고 자차로 이동했다.

차로 10분여, 비포장도로를 뽀얀먼지 뒤집어 쓰고 도착한 곳은 두번째 안내소인 ''두타연 탐방센터''. 

원주민으로 보이는 젊은 여인이 안내판 앞에 먼저나와 기다리다가 우리를 맞아 주었다.

현위치에서 북쪽 사면은 ''단장의능선'', 6일간 뺏고 빼았기고, 빼았기고 뺏기를 네번, 고지의 주인이 바뀌며 수많은 전우의 전사로 애를 끊었다는 전투의 이름이다.

언덕 너머는 북한이다. 대략 700M 바깥이며, 동쪽으로 32Km, 80리 지근거리에는 금강산이 있다.

내 걸음이면 하루 걸어 넉근히 당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안내센터의 남쪽은 두타연, 그 위가 ''피의능선'', 전투로 흘린 피가 두타연 계곡을 붉게 흐르게 했다는 그 전투이다. 


다시 안내인의 설명을 듣고, 지뢰지대를 구분한 가이드라인 안쪽을 따라 동북쪽으로 이동하길 한 30여분, 그동안 젊은 안내인은 함박꽃, 고광나무꽃. 앵초 따위를 설명하며 열심이었다.


 그곳에는 위령비 한기 고즈넋히 서 계시다.

비명은 ''양구지구전투위령비''ㅡ

함께오신 해병대 노병들이 대오를 맞춰 서계시고 우리도 그옆에 서서 함께 위령제를 올렸다.


  이 위령비는 전쟁이 한창 치열하던 1951년 6월, 미군 해병대가 공중전의 지원으로도 탈환하지 못한 전략적 요충지. ''도솔산고지''를 우리 해병대 제1연대가 17일간의 야간기습 혈전끝에 3,300여 명의 적을 사살하고 700여 명의 아군 사상자를 내며 탈환하여, 교착상태에 있던 전선의 활로를 열어준 ''도솔산전투''에서 산화한 해병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위무하고자 세운 위령비이다. 


 비 앞에는 장일남 작곡, 한명희 작시의 ''비목''노래가 씌여진 입간판이 숙연하다.

''초연이 쓸고간 깊은계곡, 깊은계곡  양지녘에ㅡ''

첫소절만 으로도 충분히 애뜻한 노래ㅡ

한명희 시인이 60년대 초반 화천의 전투부대 소대장으로 복무하면서 수풀에 세워진 나무로된 십자가를 보고 그 감상을 옮겨 만든 시라고 한다.

후일담이지만, 한명희 시인은 ''비목''을 쓰신 후 이보다 더 좋은 시를 쓸 수 없어서 시를 지으시고도 발표를 못하신다고 한다.

그 분의 지인이신 어느 시인께서 들려준 이야기이다.


또다른 시 한곡ㅡ

위령 탑 앞에 ''길 가소서'' 라는 진혼시가 철판에 씌어있다.

이 노래는 위령비의 뒷면에도 세겨져 있다


                  <길 가소서>

                     

                          무명씨 글


배고픔으로 삼백 예순날

사무친 그리움으로 삼백 예순날

님의 그 삼백 예순날

반 백이 되도록

어리석어 몰랐습니다 


마디 마디 피로 물든 능선 

토막토막 끊어진 斷腸의 大地

백석산 도솔산 가칠봉 펀치볼. . . .


누군가는 치루었어야 할 능욕을

님께서 온몸으로 치루신 터

이제 그 터위에 님의 소망따라 

새싹 움트고 여명이 밝아 옵니다


님이시여!

지금은 피맺힌 원한도

사무친 그리움도 모두 풀 때

이승에서 못다이룬 民族의 和合

魂界에서 하나되어 

밝고 고운 한 빛으로

부디 길 가소서 


그리하여 새로운 날

이땅에 다시 오시어 

새 아침의 기쁨 

땅끝까지 누리소서 


고운 님 이시여 길 가소서


 

 아무런 편견없이 그저 가시는 분에

대한 마음으로의 위로와 감사, 그리고 평온하시기를 위무하며, 좋은 세상에 다시오기를 간구하는 시다.

담백함에 오히려 모골이 송연 하였다.


 탐방로를 따라 두시간 남짓 도착한 곳은 두타연이다.

천년전에 있었던 두타사라는 절터에서 얻은 이름이다.

알다시피 민통선 안이라 전후 인적이 끊어졌다가 2013년 60년만에 민간에 개방되었다.

10여 미터 높이의 폭포에서 쏟아낸 물줄기가 큰 연못을 이룬 곳이다.

頭陀(두타)!

부처의 머리.ㅡ

다시,ㅡ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성불을 얻고자 하는 의미를 지녔다.

이름만큼 성스럽고 아름다운 계곡에서, 얼마나 많은 청춘들이 산화해 가셨을까?

벗도, 사랑도, 꿈도, 어머니도ㅡ

그리워, 그리워 청춘의 그님은 어떻게 눈 감으셨나?


모질어 서러운 님이시여ㅡ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탐빙해본 DMZ의 격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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